2012 연등행렬 l Light Lotus Lanterns Parade

2년만에 만나게 되는 동생과의 약속은 안국역 1번 출구였다. 그곳으로 가는 길, 여름에 가까워진 날씨 덕분에 저녁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는 머리 위에서 데워진 햇살을 하사하고 있다. 성큼 다가온 여름만큼 나에게 많은 변화도 갑작스레 많이 일어났었다. 일사병을 앓고 있는 것처럼 어질어질했던 정신에서 최근에 들어서야 깨어나니 긍정적인 행복이 밀려온다. 알 수 없는 행복, 풍요롭게 가슴 속에서 뭉글뭉글 피어나는 행복들이 나를 웃음 짓게 한다.
그래서인지, 오랫만에 조우하는 좋은 사람과의 만남 또한 기쁘고 설레인다. 이런 기분 탓인지 가벼운 발걸음이 햇살에 만들어진 나의 그림자와 장단을 맞추며 사뿐히 움직인다.

10여분 늦게 도착한 나는 머쩍은 인사로 건넨다. 허기진 배를 인사동에서 채우고 삼청동에서 커피 한잔하는 계획에 따라서 길을 나선다. 늘 계획된 선상에 뜻밖에 사건들이 끼어들기 마련이다. 숲 길에 무수히 뻗은 갈래길과 같은 선택적인 목적에 따른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처럼. 식사를 마친 후, 인사동에서 삼청동으로 넘어가려는 찰라에 군중들 속에 환한 빛을 내는 거대한 등이 눈에 들어온다.
"연등행렬인가봐! 저기 가볼래?"

예상하지도 못했던 것과 맞닥뜨렸을 때, 가슴 속에서 출렁이는 반가움과 기쁨의 크기는 어마어마하다. 사물놀이패의 꽹과리와 북이 내는 장단에 맞춰 심장이 신나게 춤을 춘다. 끊어질 듯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사물놀이 공연은 지금이 연등행렬의 피날레라는 것을 말해준다.
'아, 여기가 끝나는 구간이구나.'
조계사 앞, 사물놀이패를 둘러 싼 사람들이 만든 거대한 원형의 띠는 점점 굵어지기 시작한다. 얼쑤하게 흥이 넘치는 장단에 박수를 치는 사람들과 불규칙적으로 빛을 내는 카메라 후레쉬는 들뜬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사물놀이를 한참을 구경하다가, 신나는 소리를 등 지고 삼청동으로 향해 발길을 돌린다. 걷는 길가에 내려와 설치된 등이 예뻐서 찍다가 보니 어느새, 조계사 입구를 지나 마당까지 들어와서 있다. 크게 돌아서 제자리로 온 것이다. 조계사 안에 들어 온 것은 처음이다. 하늘에 수 놓은 알록달록한 등의 화려함에 압도되어 순간적으로 멈짓하게 만든다.
"우와~"




어둑한 밤을 밝히는 형형색색의 등들이 누군가의 소원을 품고서 두둥실 두리둥실 하늘을 가득히 떠다닌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나도 작은 소원을 빌어본다.
song : 좋아서 하는 밴드 - 인생은 알수가 없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