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추계곡 : Songchu Velley
지긋지긋한 장마가 지나갔음에도 검은 심술을 잔뜩 품은 구름이 능선을 따라 아장아장 걷고 있다. 하필, 계곡으로 피크닉을 가는 날에 심기 좋지 않은 구름이라니. 우산을 폈다 접었다 몇 번을 반복할 정도로 잔뜩 변덕을 부리던 날씨와 싸우면서 송추계곡 입구에 들어서자, 물놀이 오는 손님에게 심술부리지 말라며 먹구름을 달래는 듯 속삭이며 흐르는 개울물만이 방문객을 환영한다.
'휴, 개울을 보니 피크닉 의지가 다시 상승하는걸'
내 편이 하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우중충한 날씨로 우울했던 기분이 금세 개어져 화사한 기대감으로 가슴에 채워진다. 구름이 들뜬 나를 본 것일까. 울긋불긋한 검은 구름은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뚝. 뚝. 주르륵...
좁다란 길은 엉켜 든 차들로 가득하다. 좁은 길이 더 좁아 들어 그 사이로 묘기 하듯 틈을 찾아서 걸어 올라간다. 양 갈래 길 사이로는 돈 냄새를 맡고 판을 펼친 음식점이 즐비하게 서 있고, 막히는 길에 참을성 없는 차들은 하나둘씩 고개를 틀어 음식점으로 들어간다. 왜 이런 곳까지 와서 음식들을 팔아줘서 특색 없는 메뉴를 내건 음식점들이 모여들게 한 것일까. 안타까운 눈빛으로 주위를 훝다가 등산복을 차려입은 아주머니들의 대화에 고정된다.
"오늘이 복날이라서 사람이 이렇게 많나 봐."
"그럼, 우리도 오늘 점심은 닭백숙이나 먹자."
그러고 보니, 오늘이 복날이 아닌가. 복날에 과자 부스러기를 먹고서 올여름을 이겨낼 수 없을 터. 살이 토실 오른 닭을 넣고 푸욱 고아진 닭백숙이 절실해지기 시작한다. 혀를 차면서 주위를 살피던 눈빛은 어느새 애절한 식욕에 불타오는 눈빛으로 변해 살피기 시작한다.
그 나물에 그 밥. 간판에 내건 메뉴나 음식점에서 풍겨오는 느낌으로는 도저히 맑고 깊은맛을 내 줄 음식점을 구별해 낼 수가 없다. 사실, 명목이 음식이지 얼마나 좋은 개울 터에 평상이 마련되어 있나 없나에 따라 손님의 수가 결정된다는 것을 아무리 눈치 없는 사람이라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조금이라도 군집되어 있는 음식점 앞에 서서 개울물의 깊이와 평상과의 거리, 그리고 손님들의 유희 만족도를 파악하기 시작한다. 무슨 음식점 하나 고르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닭백숙 값이 6만원이 넘으니 어떻게 대충 고를 수 있을까.
까다롭게 고르다 보니 어느새 계곡의 거의 정상에 도착한다. 큰 바위 위로 흐르는 폭포를 보아하니 아마도 여기가 가장 적당한 곳일 테야.
평상 하나를 찾아 앉은 것만으로도 다행일 정도이다. 조금만 늦었어도 사람들이 가득 차 닭백숙은커녕, 닭 삶는 냄새도 못 맡을 것이다. 휴지로 쓰윽 테이블을 닦자 검은 먼지가 한 일(一)자로 달려온다.
"흐윽...지저분한 거 같아."
자칫 배앓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불온한 생각을 하면서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바라보니 천막 아래 있는 것만이라도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아, 순응하는 인간이여!
'그래, 감사하게 맛있게 먹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닭백숙이 거의 학살되어 앙상한 뼈들로만 남았을 때가 되자, 마법처럼 비가 그치더니 검은 구름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해가 고개를 내밀어 환하게 웃는다. 한 여름날의 계곡에서의 피크닉을 허락하는 신호임이 분명하다. 자리에 짐을 두고 개울로 내려가 두 발을 담근다.
"으으윽, 차다. 차."
저기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물장구를 치는 사람들은 분명히 피부색으로 된 수영 슈트를 입은 것이 분명하다.
'이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는 나이는 아니지.'
그늘진 공터에 자리를 깔고 눕는다. 그늘진 어둑한 나뭇잎 사이로 하늘은 은빛으로 찬란하게 빛이 난다. 배도 부르고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도 상쾌하니 슬슬 잠이 몰려온다. 하늘에서 곱게 떨어지는 빛이 이불처럼 내 몸을 감싸 덮을 즈음, 깊은 잠에 빠져든다.
...
제대로 휴양을 마친 송추계곡에서의 여름 한 날. 이 덕분에 이번 여름의 더위는 분명히 별 탈 없이 이겨 낼 거야.
All photograph by kenny
If you need more information about 'Songchu Velley', click below.
http://www.oksongchu.com/
get there_
의정부역 - 23번 버스 승차 - 송추유원지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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