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2009/11/24 00:14 Tags » , ,
삼청동 : Samchung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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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0 AM
가까운 친구의 부탁에 호의를 다하고자 이른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선다. 방금 따뜻한 물에 씻은 온기 남은 얼굴에 엷은 면도날이 스치듯 차디찬 아침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자연스레 내 몸은 겁에 잔뜩 질린 거북이 모양새를 하고 본능적으로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으으으, 다시 들어갈까?"

토요일 이른 아침의 지하철 안은 한산하기만 하다. 소주를 향수 삼아 뿌려댄 취객과 취업대란에 다행히도 멀지만 어젖한 회사에 출근하는 이가 간간이 의자를 채우고 있다. 승강문이 붙은 자리를 잡은 탓에 역에 정차 할 때마다 스며들어오는 찬바람은 더욱더 내 몸을 움츠리게 한다.
다시금 불온한 생각이 들 때, 승강장 문이 닫히는 절묘한 타이밍에 다행히 탑승한 사람이 시야에 들어온다. 두툼한 외투에는 짝퉁 브랜드 로고가 박혀있고 낡고 헤어진 큰 스포츠 가방을 손에 든 일용직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짐작케 하는 사람이다. 나이는 어느덧 마흔의 중반을 넘긴듯 머리에는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검은머리보다 많고, 손에는 평생 핸드크림을 바르지 않은 말린 사과 같이 거칠고 주름져 있다. 한 가정의 아버지일 그의 하루의 시작을 엿보는 내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고 약하게 느껴진다.

08:10 AM
힐튼 그랜드 호텔에 도착해서 맡은 임무를 잘 수행하고 나서 대리석 바닥 위에서 걸음으로 둥근 원을 그리고 있다. 집으로 가기에는 너무 허탈한 일정이 될 것 같고, 그렇다고 뚜렷이 어딜 가야겠다는 생각 또한 없다. 몇 분을 고민했을까 달짝한 커피 냄새가 풍겨온다. 이것은 우유빛깔 프림, 잘게 갈려진 인스턴트 커피, 그리고 고운 백사장의 모래처럼 찬란한 빛을 발하는 설탕의 절묘한 혼합에서만 나올 수 있는 다방 커피다. 그제야 지금 이 순간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커피다. 이 추운 겨울의 아침을 열어 줄 따뜻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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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45 AM
발길이 닿은 곳은 아기자기한 커피 가게들로 떠오르고 있는 동네, 삼청동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개화길을 따라 걷는다. 대부분의 가게가 추운 겨울의 찬 바람에 선뜩 문을 열 생각을 못하고 굳게 닫혀 있다. 가게 앞에서 빗자루질하는 종업원의 모습을 기대하던 나의 바램은 곧 걱정으로 바뀌게 된다.

'이러다가 커피는 마시지도 못하고 이 추위에 길 위에서 동사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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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바람이 매서운지, 왼손 오른손 번갈아 가며 빼서 사진을 찍어도 손가락이 빨갛게 얼어붙는다. 누군가 내 손을 툭 치면 처마 밑 고드름이 부서지듯 두 동강이 날 게 분명하다. 점점 불안감은 증폭되고 칼바람을 대항하고 앞으로 향하는 의지는 약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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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 Freeze and Hopeless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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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es, Coffee and Fare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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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오르고 있다. 따뜻하고 밝은 햇살이 지원군으로 나의 꺼져가는 탐험의 의지를 되살린다. 그래도 춥기는 매한가지이긴 하지만...
예전 동화에 해와 바람이 길을 걷는 사람을 놓고 내기를 하던 게 떠오른다. '누가 먼저 저 나그네의 옷을 벗기느냐'인데 꼭 내가 그 짝이 되고 만 게 아닐까. 해와 바람의 놀음에 놀아난 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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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고소한 커피 향이 풍긴다. '이건, 승전보다." 발걸음은 빨라지고 향기는 더욱 진해져 간다. 승리가 눈앞에 있다. 눈가에는 벌써 승리의 눈물이 맺혀간다. 어떤 소품가게 테라스에 앉아 나를 응원하는 아낙네의 응원을 받으며 앞으로 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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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방앗간> 앞에서 발길을 멈춘다. 내가 오늘 왔어야 했던 운명적인 곳은 바로 여기였어.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냉큼 주문을 하고 만델링 진한 커피 한 잔을 받아들고 가게 안쪽 칸으로 자리를 잡는다. 두 손으로 고이 싸고 컵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에 코를 대고 커피 향을 맡아 본다.

"좋다~ 좋다~"

간절한 만큼 보람도 큰 법, 오늘 참 따뜻하고 고소할 것만 같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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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photograph by kenny


2009/11/24 00:14 2009/11/2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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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zin 2009/11/24 09:5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앗...연두....ㅅㅅ

  2. 삐홍 2009/12/04 11:3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ㅇㅇ

  3. 삐홍 2009/12/04 11:3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정말 추웠나 보구나...에궁....
    미안혀라.....

    • Kenny 2009/12/04 21:07  address  modify / delete

      아냐. 원래 아침이 춥게 느껴지잖아.
      그래도 오랫만에 산책한걸~
      연말 잘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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