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eisurely stroll by bus at dawn
Route : 혜화-창경궁-충신동-동대문-장충동-동호터미널-압구정-강남구청-진흥아파트-코엑스-신천-잠실롯데월드
BUS No.: 301


혜화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쓰레기들로 뒤덮혀진 거리 위에 청소부 아저씨만의 빗자루 소리만 나는 이 곳이 이 짧은 여행의 시작이다. 늘, 평범하게, 여유롭게 혼자서 즐기는 순간을 오늘은 새벽공기를 헤치고 달리는 버스 위에서 느껴본다.



창경궁
옛스러운 담장 사이 사이로 청록의 갓을 쓴 아름다운 건축물이 보인다. 몸이 성하지 못한건지 한창 보건작업중인 모습이 안스럽기만 하다.
불연듯 무릎 관절이 좋지 않으시다면서 무릎을 연신 주무르시던 어머니가 떠오른다.
'건강하셔야죠. 어머니.'



충신동
이름조차 너무나 생소한 이곳은 오늘이 아니었으면 언제 또 알 수 있었을까. 영영 모르고 살아갈 수도 있었겠지.
'그래, 인연이란 행동하는 의지에서 시작되는 것일테야.'



동대문
새벽장사의 피곤함을 한 동대문의 얼굴은 화려한 불빛이 사라지고, 옷 먼지들이 한풀 가라 앉은 이곳에 내가 인테리어에 힘을 보탠 매장이 있다니. 참 친근한 느낌이 든다.











장충동
버스안까지 어제 팔다만 족발 냄새가 스며들 듯한 장충동.
특화된 지역 음식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는 경헙적 지식 때문일까, 이른 아침에 족발보다 시원한 해장국이 먼저 내 입안 챔샘을 자극한다.

동호터미널
주황색 등불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빠르게, 지속적으로...






압구정
돈 냄새가 진동을 하는 압구정의 거리를 걸어 본지도 언제인지.
뭐, 흥미있는 곳도 아니지만.


버스 옆에 정차한 택시 한대.
'택시기사 아저씨, 심정은 이해가지만 안전운전을 위해서 백밀러는 보셔야죠.'

강남구청
예전 회사가 이 근처라 지겹게 보고 본 이 동네가 오늘 따라 묘한 야릇한 기분이 들게 한다. 과거의 밤샘 디자인 작업을 하고 새벽택시를 잡을때의 기분을 맛보아서 엿을까.
익숙함에서 기억되는 한 순간의 느낌.






코엑스
비오는 날이면 혼자 놀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진 코엑스, 기나긴 시간을 죽이기 위한 한편의 영화, 가벼운 지갑을 위한 윈도우 쇼핑, 문화생활을 위한 전시관람 등 혼자 놀기엔 여기만큼 즐거운 장을 널어 놓은 곳도 없으리라.






신천
길게 오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신천에 도달았다.
늘 환락으로 가득 찬, 젊음의 흔들림으로 혼잡한 이 곳이 새벽에는 시집가기 전 숙녀처럼 조신하게만 보이는군.

잠실 롯데월드
드디어 집 부근으로 도착했다. 뭐, 집에 가야지 할게 없구나.
여름이 문앞까지 다가온 듯 하더니 쌀쌀한 찬 바람이 옷결 사이로 스며들어 온다.
'시원하다.'

상냥한 인사와 함께, 오늘 멋진 아침을 열어 주신 버스기사님께 감사를 드린다.
'오늘 하루도 안전 운전하세요!'
Thank the 301 bus
Trackback » http://www.odystoy.com/tc/Kenny/trackback/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