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여행'에 해당되는 글 36건

  1. 2010/05/30 Kenny Kings Canyon Tracking / 킹스캐년
  2. 2010/05/23 Kenny Aussie Dinner : Kings Canyon / 킹스캐년
  3. 2010/05/18 Kenny Kings Greek Station ; Kings Canyon / 킹스캐년
  4. 2010/05/10 Kenny Uluru Walk ; Ayers Rock / 에어즈 락
  5. 2010/05/01 Kenny Sleep under the stars ; Ayers Rock / 에어즈 락
  6. 2010/04/30 Kenny Uluru Sunset ; Ayers Rock / 에어즈 락
  7. 2010/04/24 Kenny Kata Tjuta ; The Olgas / 올가
  8. 2010/04/10 Kenny Outback Camel Farm ; Ayers Rock / 에어즈 락
  9. 2010/04/06 Kenny Todd Mall ; Alice Springs / 엘리스 스프링스
  10. 2010/03/21 Kenny Great Ocean Road Part 3 ; Melbourne / 맬번
  11. 2010/03/02 Kenny Great Ocean Road Part 2 ; Melbourne / 맬번
  12. 2010/02/18 Kenny Great Ocean Road Part 1 ; Melbourne / 맬번
  13. 2010/01/13 Kenny Puffing Billy part 2 ; Melbourne / 맬번
  14. 2010/01/03 Kenny Puffing Billy part 1 ; Melbourne / 맬번
  15. 2009/12/15 Kenny A stroll in Melbourne part 5 ; Melbourne / 맬번
  16. 2009/12/14 Kenny A stroll in Melbourne Part 4 ; Melbourne / 맬번
  17. 2009/12/13 Kenny A stroll in Melbourne Part 3 ; Melbourne / 맬번
  18. 2009/12/12 Kenny A stroll in Melbourne Part 2 ; Melbourne / 맬번
  19. 2009/12/03 Kenny Old Gaol part 2 (City Watch House) ; Melbourne / 맬번
  20. 2009/11/06 Kenny Australian Centre for the Moving Image ; Melbourne / 맬번
  21. 2009/10/13 Kenny Reststop on road trip ; Tasmania / 타즈매니아
  22. 2009/10/04 Kenny Richardsons Beach ; Tasmania / 타즈매니아
  23. 2009/09/19 Kenny Port Arthur Part 3 ; Tasmania / 태즈매니아 (4)
  24. 2009/09/18 Kenny Port Arthur Part 2 ; Tasmania / 태즈매니아
  25. 2009/09/16 Kenny Port Arthur Part 1 ; Tasmania / 태즈매니아
Kings Canyon Tracking
(My last str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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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의 마지막은 킹스 캐년이다. 카챠 튜타(올가)를 시작으로 울루루 그리고 킹스 캐년으로 이어지는 호주의 위대한 지오그라피의 3대 유물은 그 광경이 참으로 웅장하기 이를 데 없다. 가이드가 이곳을 들리기 전부터 물의 소중함을 누누이 당부한 터라 1.5리터 생수통을 옆구리에 차고 등산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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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점토를 아이스크림을 스푼으로 퍼낸 것처럼 매끈한 절단면을 들어낸 협곡을 만난다. 협곡의 아래로는 바닥의 온기에 녹은 듯하게 거칠 지면과 수풀들이 차지하고 있다. 오금이 저릴 만한 절벽의 턱에 앉아 휴식에 취하지만 이것이 과연 피로를 푸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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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걷는 이 길에서 설사 앞이 보이지 않아도, 길이 끊겨 보여도 포기하지는 마.
네가 절실히 갈망했던 길이었다면 말이야.

그러나 절벽에 다달았을 때, 그 길이 아니라고 느껴지면 한치에 후회도 없이 다시 출발했던 그 길로 돌아오렴.

그런 용기를 당신이 가졌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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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자연은 내가 얼마나 소소한지를 잘 말해준다. 비록 지금은 이 정상 위에 올라 서 있지만 언젠가는 내려가야만 하는 운명을 짊고 사는 인간이다. 다만, 그 내려가는 길에 믿음직스러운 친구와 함께라면 더 얼마나 기쁠까.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한 친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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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호주 여행 일지는 모두 끝이다.  그때, 그곳, 그 느낌을 표현하다 보니 정리하는 것만 1년이 걸렸다. 비루한 나의 호주여행기를 보는 사람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호주 여행은 때때로 나를 겸손하게, 때론 풍부하게 만들었다. 그 느낌은 '자유 안에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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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30 23:00 2010/05/30 23:00
Aussie Dinner : Kings Can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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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무지 사이의 도로를 달려 도착한 곳은 킹스캐년 근처의 캠프이다. 낮은 산을 등을 지고 있는 이 캠프에는 순식간에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해가 그렇게 낮아지고 있는 줄 모른 채 저녁 준비에 여념이 없다. 간식거리 없이 점심 이후 이제껏 여기까지 온 턱에 배가 고플 것이다. 우리들의 이런 마음을 더 헤아려 읽는 가이드의 손놀림은 더욱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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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는 닭고기를 여러 가지 야채와 소스를 넣고 모닥불에 찌어내는 요리인데 특별한 레시피 없이 재료들을 듬성듬성 썰어 오일을 뿌린 양동이에 넣기만 하면 된다. 결과는 아마도 오지(Aussie) 닭찜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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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을 중심으로 균일한 간격으로 배치된 긴 의자에 모두 앉아서 피어오르는 불을 보고 있다. 다들 수다 떨 힘도 남아 있지 않은지 나무 타들어가는 소리뿐만이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른다. 다만, 그 고요와 공허가 그 시간을 길게 느껴지게 한다.
붉은 황무지 위에 타오르는 붉은 모닥불, 그리고 뱃속 깊숙이 느껴지는...

배고픔.

모든 허전한 것들이 채워지면 다시 낭만을 부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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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3 20:25 2010/05/23 20:25
Kings Greek S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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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늘 이야기한다.

새롭고,
자유롭고,
풍요로운 이야기들을 펼쳐 놓는다.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라는 것이
얼마나
...
행복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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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루루를 둘러보는 것으로 하루의 일정이 끝나고 서둘러 킹스캐년 근처의 캠프로 이동한다. 깨끗이 쓸려진 붉은 흙과 습기 없는 마른 나무들이 바지직 타오르는 모닥불은 캠프의 야생의 느낌을 잘 전해준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고된 여행 끝에 머물게 되는 공간은 어떠한 곳이든지 솜털 가득히 들어 있는 이부자리 같이 아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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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8 21:28 2010/05/18 21:28
Uluru 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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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으로 가득하던 하늘에 푸른 바다의 색이 물들고 이내 동쪽 저 멀리서 붉게 태양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연기 피오르 듯 구름을 안고 타오르던 태양은 어느덧 세상을 환하게 밝힌다. 아직 잠의 단꿈이 한 묶음 걸려 있는 눈꺼풀을 비비고 울루루의 앞에 선다. 울루루의 색이 붉은 대지와 같은 홍조를 띤다. 온 세상이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구나. 호주의 한가운데 붉은 대지를 밟고 서서 붉게 물든 새벽의 공기를 깊게 들여마셔 본다. 지금 나의 가슴 한 곳에서부터 무엇인가 뒤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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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루루를 알기 위해 좋은 방법은 울루루를 옆에 끼고 따라 걷는 부쉬워크(bushwalk)이다. 울루루를 가까에서 보며 느낄 수 있는 오지산책(bushwalk)은 몇 가지의 루트를 가지고 있다. 2개의 가장 유명한 짧은 산책길은 2km 마라산책길(Mala Walk)과 무티튜루 산책길(Mutitjulu Walk)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으뜸인 10km의 전체를 둘러보는 코스(Base Walk)로 자연의 경이러운 광경과 원주민들의 문화를 에둘러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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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루루는 이곳 원주민들이 신성시 여기는 곳이다. 그들의 역사를 담고 있으며 그들의 신들이 잠들어 있는 이곳에 대못을 쳐서 꾸며 놓아 등반할 수 있는 코스도 있다. 역사란 문화이다. 종교 또한 문화의 한 영역이 아닐까.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주는 배려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인듯하다. 곳곳에는 근접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문구가 가득하며 가이드도 몇 번이나 울루루의 근접 사진을 찍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 그런 진심 어린 당부가 무심하게 곳곳에서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로 고요히 잠든 울루루를 깨운다. 미안한 마음에 손을 길게 뻗고 말한다.

 
"Long live Ulu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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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0 14:29 2010/05/10 14:29
Sleep under the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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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웃백 여행이라면 모랫바람과 따갑게 내려 쬐는 햇볕 그리고 야생의 생활방식을 생각했었다. 이러한 상상은 첫날밤에 모두 부질없는 상상이었음이 증명된다. 하룻밤을 묵기 위해 도착한 울루루 근처의 캠프장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고 편의시설이 꽤 잘 갖추어져 있었다. 냉장이 잘된 맥주를 마실 수도 있고 깔끔한 샤워를 할 수도 있다. 캠프 한가운데에 불을 지피고 저녁을 다 같이 준비한다. 메뉴는 토마토 스파게티와 샐러드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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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Aussie:호주인을 일컫는 말)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스와그(swag)는 둥글게 말려진 침대를 펼치면 침낭과 같이 들어가서 체온을 보호할 수 있는 간이 침대인 격이다. 모닥불을 중심으로 빙 둘러서 스와그를 펼치고 자리를 잡는다. 스와그 안에 침낭을 넣고 그 안에 들어가 얼굴만 빼곡히 내놓으면 광활하게 펼쳐진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내 얼굴로 떨어질 것 같이 빛을 발산하고 있다. 내일은 일출 때의 울루루를 보기 위해 새벽 4시에 다들 일어나야 한다며 가이드가 누차 확인한다.
첫날의 여행의 피로에 스르륵 눈이 감긴다. 벌써 새벽 4시가 다 되었는지 주변의 인기척에 눈을 뜬다. 그때 본 하늘은 이랬어.

"하늘에서 별들이 내려와 나의 영혼을 씻겨주는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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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1 16:45 2010/05/01 16:45
Uluru_Sunset Viewing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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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빛이 사라지기 전 울루루의 모습을 보기 위해 진을 치기 시작한다. 한눈에 울루루의 모습이 들어오는 것이 꽤나 떨어진 듯 하다. 울루루는 원주민 말로 <그늘이 지는 장소>이다. 단일 바위로 최고로 큰 이 바위가 만들어내는 그늘이 그들에게는 얼마나 달콤한 안식처가 되겠는가. 울루루는 일몰은 경이로운 그 자체이다. 고민 끝에 붉은 드레스를 입는듯하다가 연보라의 색의 드레스로 갈아입는다. 붉게 타오르는 들판에 우뚝 쏫은 울루루는 태양이 떠나는 배웅을 꽤나 호화롭게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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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하늘이 모든 빛을 빨아들이고 어둠의 구름이 그 구멍을 닫고 있다. 생각해보라, 360도를 돌아봐도 내 눈을 막는 건물, 산이 없이 뻥 뚫린 벌판에서 보는 하늘은 말 그대로 '하늘 광야'이다. 드넓게 펼쳐진 대기권에 눈이 부신 구멍이 열리고 모든 빛들은 흡수되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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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이미지고 타오르던 태양과 울루루는 그렇게 잠이 든다.
이 아름다운 광경을 놓치기에는 너무 알흠다훠서 아까훈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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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30 01:47 2010/04/30 01:47
Kata Tju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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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뿌린 물감이 거대한 바위에 적셔 색을 낸다."

해가 스멀스멀 피곤한 듯 제 몸을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카챠 튜타(올가)의 머리부터 색이 입혀져 간다. 그리고는 금방 초록의 패턴을 가진 채도 높은 붉은 드레스를 입고선 우뚝 서 있다. 신기하지? 캬챠 튜타는 이브닝 파티를 떠나는 숙녀처럼 화려한 치장을 막 끝내고 우리더러 자기의 맵시 나는 차림새를 맘껏 자랑하니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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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구 사람들(Anangu,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은 자연의 힘을 숭배한다. 대자연에 대한 그들의 숭배는 일찍이 토착민족의 토템 속에 나타나 있었다. 아난구 사람들은 "많은 머리들(Many Heads)"의 뜻으로 캬챠 튜타라고 부른단다.  그들은 저곳에서 사냥하는 법과 생활하는 방식을 후손에게 전해줬으리라. 그 선조의 삶의 지혜가 살아있는 그곳이 바로 카챠 튜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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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4 01:10 2010/04/24 01:10
Outback Camel Farm


붉은 대지를 달린다.
다닥다닥 붙어 앉은 좁은 승합차 안은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들이 저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창 밖을 주시하고 있다. 무슨 절경이 있을까 나도 내다보지만. 토마토 리조또 위에 얹혀진 파슬리와 같이 거칠고 붉디붉은 토지를 무대 삼아 드문드문 거친 생명력을 과시하는 키 작은 나무뿐이다. 메마름, 거치고 야생의 풍경은 부시(The bush)로 향하는 우리 여행객들을 바람 한 점 없이 건조하게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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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분 달려 도착한 곳은 막 시집간 새 섹시인양 다소곤히 앉아 세면대 밑 파이프관 모양의 목을 앞으로 쭈욱 내밀고 우리를 맞이하는 낙타 농장이다. 에이즈 락 캠프로 가기 전 꼭 들리는 필수 관광 코스인 듯 초입구에 있는 건물 안에는 아웃백 낙타 농장에 관한 낡은 사진하며 인쇄된 글로 가득하다. 다른 공간에는 간이 편의점과 같이 인스턴트 식료품이 잘 진열되어 있다. 심심한 입에 요기를 할 겸 트롤리 젤리를 하나를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가서 돈을 꺼낼려고 주머니를 뒤적이는 찰나에 떠오르는 필수품이 생각났다.

"여기, 롱 비치 블루(담배) 주세요. 40개피짜리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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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웃백 여행에 필요한 식료품은 이미 엘리스 스프링스에서 준비해서 밖으로 나와 주위를 돌아보는데 낡은 청바지에 옅은 황토색의 부츠를 신은 농장 직원이 다가와 '낙타 타기'를 권한다. 가격을 물어보자 눈치 빠른 이 직원은 단돈 15불이라며 누른 이를 드러내며 웃음을 지어낸다.

'단돈 15불이라고?...not j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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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낙타가 신기해서 한번 타보기로 하고 돈을 건넨다. 곱사등 위로 두 개의 봉을 따라 움푹 들어간 안장에 달린 발걸이를 밟고 올라타자 낙타는 긴 목을 비틀어 느릿하게 뒤로 돌아본다. 낙타의 눈은 이미 충분히 피로한 듯 눈꺼풀이 거의 감겨져 있다. 순간적으로 재미없겠는걸이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낙타의 고삐를 잡은 직원이 낙타를 일으켜 세운다.

"으~~~~~악!"
반사적으로 외침이 새어나온다. 덤블링기구에서 튀어 오른 것처럼 수직으로 갑자기 오르는데 지면과의 거리도 꽤나 멀어져 순간적으로 머리카락이 쭈삣 서기까지 하는 것 같다. 직원은 늘 겪는 일인 듯 어깨를 들썩이며 "멋지죠?"라고 말한다. 덩달아 그는 고삐를 끌어 낙타를 걷게 한다. 뚜벅뚜벅 걷는 낙타는 속도에 비해 걷는 폭이 커서 속도감이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 한 바퀴 정도를 걸었을까 직원이 뒤돌아 보며 말한다.

"자, 준비하세요. 이제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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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컥덜컥 투박한 박자로 낙타는 뛰밤질을 시작하고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내뱉어진다.

"아~~~아...오~~~~아.....아~~~~"

재미있다. 재미있다.
내려서 연신 쿨쿨 거리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려 세우자 직원도 만족이나 한 듯 눌러 쓴 카우보이 모자 챙을 잡아 당기며 화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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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는 낙타 외에도 호주를 대표하는 에뮤(Emu)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짚으로 덮어놓은 초가집 지붕과 같은 등을 빼면 타조와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
'왜 호주의 상징하는 동물이 캥거루와 에뮤일까?' 라는 질문을 언젠가 받은 적이 있다. 왜일까?...
궁금하면 물어보면 되지.
냉큼 가이드에게 달려가서 물어보자 그녀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쟤들은 앞으로밖에 뛸 수가 없어 전진하자라는 의미를 담는 거란다.

앞으로 앞으로...
우리 동요에도 있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지...
그렇겠지.
많은 이들과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보고 느끼겠지.
오늘처럼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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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0 17:30 2010/04/10 17:30
Todd M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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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스 스프링스의 번화가인 토드 몰은 말 그대로 가게들로 즐비한 거리를 일컫는다. 짐을 백팩커스에 풀자마자 저녁 찬거리도 살 겸 거리 구경도 할 겸 해서 길을 나선다. 걸어서 5분 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토드 몰을 가는 동안 이제껏 쉽게 만날 수 없었는 호주 원주민인 애버리진을 수차례 마주친다. 처음에는 살짝 뒷걸음칠 정도로 겁이 나기도 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거구인 그들의 걸음걸이는 좀비의 걸음처럼 느리기 이를 데 없으며, 두세 명씩 무리를 지어 다니니 그 무리를 마주하고 걷기가 여간 힘들게 아니었다. 가끔 건물에서 허물적 나오는 애버리진을 발견하면 깜짝 놀라기를 여러번하니 토드 몰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해서는 이런 환경도 익숙해져 간다.
 그들의 땅, 그들의 삶에 문명의 이기가 침범해서 그들의 환경이 바뀌었을 테니, 그들이 오히려 오랜 시간 동안 당황했으리라. 아직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거리에서 방황하는 그들을 보니 판도라 행성을 침략당하고 고개 쳐져 이동하는 나비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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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기타의 정감가는 선율이 흐르고 포크송에 따라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는 보쟁글스는 Nitty Gritty Dirt Band의 Mr. Bojangles의 노랫가사처럼 순박한 모습과 따뜻한 웃음이 넘치는 곳이다. 탁자 위로 술잔이 내려질 때면 쉴세없이 땅콩껍질이 그 주위로 쌓여가고, 알지도 못하는 음악의 후렴구를 따라 외치다가 서로 술잔을 들고 웃음을 교환하는 보헤미안풍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이곳이 너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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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 소리에 홀려 우연히 들린 보쟁글스의 낭만과 여유로운 일상의 쾌락에 취해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자각하게 된것은 자연스레 내가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는게 아닌가. 다른 사람들도 다들 피고있으니 나도 모르게 물었던 모양이다. 지붕 달린 건물안에서는 담배를 못 피게하는 호주의 법령이 미치지 못하는 이곳의 방랑함이 사랑스럽다.
 토드 몰은 엘리스 스프링스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문명의 이기로 넘치는 터에 손님들의 환락으로 가득 찬 애처로운 천국. 나도 그 곳에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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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6 02:08 2010/04/06 02:08
Great Ocean Road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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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편의 영화의 결말에 다다른 듯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포트캠벨 국립공원이다. 오트웨이 국립공원에서 서쪽으로 조금 더 가면 12사도 바위, 런던 브리지, 로크 아드 계곡 등이 몰려 있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아이콘들로 가득한 포트캠벨을 맞이한다. 막 긴 항해를 끝내고 돌아오는 항해선처럼 거대한 파도를 타고 있는 12사도 바위(Twelve Apostles)의 당당한 위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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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저로 가장자리로부터 깎아 먹은 아이스크림처럼 생긴 황토빛 절벽을 뒤로하고 12시도 바위는 제각각 모양으로 바다에서 불쑥 솟아난 듯 자리 잡고 규칙적으로 맞이하고 있다. 미련하게도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서 있던지라 깎이고 깎여 몸체가 서서히 사라지더라도 그 자리를 지키겠지. 두개의 사도가 이미 사라진 것도 모른 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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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정수리에 떠있던 해가 서서히 제 힘을 잃고 쓰러질 무렵의 풍경은 웅장하기 이를 데 없다. 석양의 붉은빛을 마시는 듯 붉게 물든 절벽과 12사도의 거친 생명력의 숨소리가 들리는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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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사도 바위에서 조금 더 가면 '남파해안'이라는 섬뜩한 별명을 가진 로크 아드 계곡이 나온다. 산만한 방향으로 휘몰아치는 거센 파도와 양 절벽 사이로 어둑한 그림자가 짙게 수면 위에 떠있는 로크아드는 삐뚤어진 사람의 심성을 닮은 듯 푸악푸악소리를 내어가며 오르지 못할 절벽을 오르려고 기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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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에 깎인 두 개의 아치형 짙은 브라운색의 사암 덩어리가 런던 브릿지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런던 브릿지는 포트켐벨 국립공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몇 십여년 전 파도에 한 쪽이 붕괴되어 과거와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거친 숨소리로 파도와 대항하는 모습이 듬직하다. 마초적인 자연의 삶은 난폭한 듯 온화한 것이 거친 삶을 살아가며 제 한 몸 부서져라 거친 세상과 살아가면서도 자식 앞에서는 한없이 너그러운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듯하다. 이 묘한 감성이 교묘하게 엉키고 설키어 내 눈꺼풀에 어느새 달린 눈물방울이 눈을 감자 두 볼을 타고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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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우리가 모르게 계속 변할 테지. 그리고 우리는 눈치채지 못한 체로 바쁜 일상의 삶에 묻혀 살아가겠지. 늘 여행은 느리게 볼 수 있는 마법의 눈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 그 눈으로 세상의 순간을 보며 즐길 수 있게 하며 삶의 여유를 찾게 해주는 마법의 눈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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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1 20:57 2010/03/21 20:57
Great Ocean Road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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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바다가 에둘러 싸고 있는 해안 도로에서의 한낮의 햇살은 선선하고도 넉넉하게 내리쬔다. 내 영혼과 전신을 데워주던 햇살을 관통하고 안착한 곳은 그레이트 오션 로드 진입로이다. 기대와 달리 광산의 이미지로 한껏 치장을 한 조형물들과의 만남이 어색해서인지, 괜히 환하게 웃는 해를 째려본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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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키에서 조금 더 가면 문명과 몸을 섞어 인간에 편리하게 잘 가꾸어진 휴양도시 론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1시간 남짓 더 길을 나아가면 아폴로 베이와 조우하게 된다. 숨이 확 트이는 넓은 경관을 자랑하는 아폴로 베이는 은빛 가루를 뿌린 듯 아름다운 해변이 길게 뻗어 있는 데다 초록의 물결이 가득한 초원으로 된 산이 감싸고 있어서 황홀하기까지 하다. 나무 테이블이 즐비하게 구비 되어 있는 아폴로 베이에서 점심 시간이 주어진다.

나무 테이블은 이미 점령한 이들이 자기네들 먹을거리를 펼쳐 놓고 있다. 하는 수 없이 나의 점심은 낮은 둔덕의 완만한 경사를 찾아 펼친 담요 위에서 이루어진다. 여행 전 준비한 붉은 김치를 볶아 밥과 함께 김으로 솜씨 없게 싼, 이름하여 '멋대로 뽂은 김치 김밥'을 한입 베어 물고 나니 떠오르는 게 있다.

'음료가 없군.' 

아폴로 베이는 문명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으니 편의점부터 들려본다. 무슨 재난을 당해 여기까지 흘러온 것도 아닐 텐데 가게 안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계산을 하려는 긴 행렬과 쇼핑을 하는 행렬이 서로 뒤엉켜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지경이다. 점심 시간을 종일 여기에만 있을 수는 없어 가게를 빠져나온다. 나와서 보니 길 끝에 술만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대형 냉장고에서 병 위로 이슬이 맺은 번다버그 코크를 집어 들고 나온다.

머리 위의 햇볕은 아직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눈부시게 내리쬐고 있다. 나무그늘에 앉아 번다버그 코크를 조금씩 입 안에 흘려넣는다.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수평선과 공기 속에 퍼질 대로 퍼져 있는 평화로운 여운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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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잔잔한 아폴로 베이를 지나면 곧 오트웨이 국립공원이 펼쳐진다. 이곳은 캥거루, 월러비를 비롯한 야생동물의 보금자리로 유칼립투스 나무가 빽빽이 자라고 있으며 계곡과 폭포도 있다. 울울창창한 숲을 가로질러 시원한 산들바람이 휘익 불어오면 산림의 신선한 공기가 폐속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것 같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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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photograph by kenny
2010/03/02 12:11 2010/03/02 12:11
Great Ocean Road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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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그렇지만, 배낭 여행자들이 모여 앉은 차 안에는 서먹하고 냉랭한 기운이 가득 차 있다. 이럴 땐 가이드 녀석이 유머스러운 이야기를 던지며 아이스 브레이킹을 할만도 한데, 출발하고선 한참 동안 말이 없다. 어색한 공기와 여행의 설렘을 5할씩 섞어 태운 승합차는 출렁이는 파도를 옆구리에 끼고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린다.
 데면데면한 가이드가 정면을 주시한 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직업의식에 사무쳐 고정된 속도를 유지하는 덕택에 어느 누구의 방해도 없이 창밖의 아름다운 해변을 조용히 감상할 수 있다. 그렇게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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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는 멜버른 남서쪽의 서핑 명소인 토키(Torquay)에서 시작된다. 토키는 매년 국제서핑대회가 열리는 서핑의 메카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서핑 캐피탈’로 불리기도 하는 이곳에서는 TV나 영화처럼 거대한 파도를 넘나들며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지금은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바다로 뛰어들기 위해 심호흡을 하는 서퍼의 숨소리가 파도와 함께 요동친다. 파도는 그들의 심장을 마구 진동하게 하는구나.

+Surfing

 키아누 리브스와 패트릭 스웨이지 주연의 영화 ‘폭풍 속으로’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곳으로도 유명한 토키 인근의 벨스 비치는 끝을 가름할 수 없을 만큼 드넓게 펼쳐진 수평선과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밀려오는 파도를 볼 수 있다. 왜 키아누 리브스가 다 잡은 패트릭 스웨이지를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 속으로 몰아낼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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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백의 여신(The White Queen)으로 잘 알려진 스플릿 포인트 등대는 걸리버가 소인국에 잃어버린 체스의 비숍 말을 보는 듯하다. 방금 페인트칠이 끝낸 듯 새하얀 등대가 풍기는 이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는 도대체 어쩔꺼야.

 어디선가 음악이 들려오는 환청만큼 산뜻하게,
 이온음료 생각이 절실하게,
 굽은 도로를 따라서 바다를 동행하는 그 길이 시작된다.

+The Split Point LightHouse 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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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photograph by kenny
2010/02/18 01:45 2010/02/18 01:45
Puffing Billy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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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게 뚫려 있는 창 밖의 풍경은 수풀에 가려진 건물들이 군데군데 박혀있는 시골의 모습을 하고 있다. 백포도주의 palegreen색이 곱게 입혀진 풍류시인의 유유한 마음을 하나 가득 전달하고 있다. 기관차는 자연에게 승객들을 맞이하라는 신호로 힘껏 연기를 내뿜는다. 여기 촌음을 다투는 교통, 시멘트 도로, 빛나는 건물, 귀를 찢는 듯한 소음 등에 시달린 도회지인들에게 자연의 푸름으로 그들을 치유하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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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쳐 가기 아까운 풍경이 포개진 길이다. 낮지만 넓은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그 마음으로 그들을 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을 느낄 수 있게 허락해준다. 열어 펼쳐진 그들이 바라는 메세지는 '자연 그대로'의 흐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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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과 문명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에멜라드는 그들을 그대로 바라보는 이들에게만 순록의 풍경과 내음을 안겨준다. 자연이 늘 그대로이듯, 나도 있는 그대로 그들에게 가야만 그들은 말을 건넨다.

"안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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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photograph by Kenny



If you need more information about 'Puffing Billy', click below.
http://www.puffingbilly.com.au/
2010/01/13 02:21 2010/01/13 02:21
Puffing Billy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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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째깍 분침이 30분을 향하던 즈음, 벨그레이브역 플랫폼에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몰려든다. 플랫폼 건너편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오후의 나른함도 잊고 그 군중 사이를 스쳐 지나가며 환기를 시킨다. 그리고는 긴 철로를 미끄러져 내려오는 증기기관차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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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폭폭 하얀 연기를 뿜어대는 기차는 동화의 삽화에서 막 현실로 뛰쳐나온 것처럼 환상적인 몽환의 세계를 열고 에메랄드행 목적지로 가기 위한 채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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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딸랑 역무원이 종을 흔들며 출발신호를 낸다. 배웅의 인사치고는 너무나 경쾌하지 않은가. 기차는 뭔가 걸린 듯 덜컥거리더니 이내 슬슬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둔탁하지만 풍치 있는 기차는 그렇게 문명의 끝에서 추억 속으로 달려간다. 나를 싣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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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3 03:06 2010/01/03 03:06
A stroll in Melbourne par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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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에서 파생되는 문화 유발지역'

 발끝 닿는 곳마다 '문화 유발자들'이 행해 놓은 예술활동이 가득하다. 무표정한, 조금은 삭막한 회색 도시에 틈을 비집고 피어난 꽃과 같은 생명력이 강한 아름다움이다. 무엇이 그들을 행동하게 하는 걸까? 어쩌면 그들은 같은 곳을 사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간절하게 바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특히, 맬번은 이러한 경향이 짙다. 다양한 작가, 디자이너, 예술가, 음악가들이 서로 자극을 주기 위해 토해내듯 그들의 창조물들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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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photograph by kenny



2009/12/15 00:27 2009/12/15 00:27
A stroll in Melbourne part 4


 맬번을 세단어로 말하라고 하면 이 세 가지 단어(Coexistence, Induction, and Culture)를 고르고 싶다. 긴 설명을 더하지 않고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공존에서 파생되는 문화 유발지역'이랄까. 다분히 주관적인, 개인적인 경험들로 선택한 이 키워드는 여행일지에 남긴 맬번의 짧은 여행에 대한 에필로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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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existence l 공존 []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이나 현상이 함께 존재함.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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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사람들은 낡고 오래된 건물이 철거의 대상이 아니라 보수와 리디자인(Re-design)을 위한 기초로 여기는 것 같다. 서양인에 특유의 실용주의가 지배하는 색깔이기는 하지만 무조건 삽부터 들고 보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고 있자니 과연 무엇이 중점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과거와 현재를 함께 재해석하고 재배열하는 과정을 맬번의 건축에서는 더욱 뚜렷하게 볼 수 있다. 현대적 해체주의적 성향이 짙은 건축과 고딕 건축양식이 교배되거나 혹은 따로 제 색을 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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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duction l 유발 [誘發]
                                   -어떤 것에 이끌려 다른 일이 일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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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맬번은 창조성으로 무장한 예술가들이 밀집해 있다. 그래서일까. 거리가 갤러리가 되기도 하고 오픈마켓마다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를 담은 소품들을 팔기도 한다. 무엇이 그들의 창조 본능을 자극하는 것일까? 실제로 거기에 대한 궁금증을 풀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많이 꿈꾸는 자들이 그들의 꿈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생각들을 좀 더 보고 싶다면 아래를 클릭해서 방문해보기를 바란다.
+D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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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lture l 문화 [文化]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                                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권력이나 형벌보다는 문덕(文德)으로 백성을 가르쳐 인도하는 일.
                               -학문을 통하여 사람들의 인지(人智)가 깨어 밝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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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에게 문화란 조금은 고집스럽기도 한 '일상'이다. 어느 날 아침에 보게 된 구글의 기사를 예로 들어보자면, 미국의 스타벅스가 호주 내의 84개의 매장 중에 61개의 매장을 철수한다는 기사였다. 최초로 아시아에서 망해서 철수한 사례를 기록한 이 미국 거대 커피 체인점에 대한 기사에 호주 시민의 말을 인용한 게 있었는데 그것이 그들의 문화를 대변하는 것 같다.
 "스타벅스의 커피는 맥도날드의 커피와 같은 단지 인스턴트 커피일 뿐이다."
 이민의 나라로 100년 전부터 그리스, 이태리 커피로 자부하는 이민자들이 정착해서 꾸려 나가는 값이 싸고 질이 좋은 커피에 길들여진 이들에게서 스타벅스의 커피 문화는 미국의 자본주의적 사치로 느껴지는 것이다.
 

 맬번에서의 여행도 며칠이 남지 않아 여행자 숙소에서 머물며 여행의 경로를 좀 더 효율적으로 계획한다. 플린더스 거리(Flinders Lane)에 위치한 '그린 하우스(Green House Backpackers)'라는 백팩커스에서는 화요일마다 무료 파스타가 저녁으로 제공된다. 그때의 파스타 맛을 잊을 수 없군. 좋은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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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photograph by kenny

2009/12/14 03:01 2009/12/14 03:01
A stroll in Melbourne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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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좀비의 피가 내 몸에서 흐르는 것도 아닐 텐데 밤만 되면 거리로 나와 방황하는 꼴이라니. 몇 시간을 목적 없이 걷다 보니 목이 마르기 시작하고 아킬레스건이 끊어질 듯 아파져 온다. 이럴 땐 거품이 잔뜩 올라온 맥주 한잔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 늦은 시간에 혼자서 맥주를 느긋하게 마실 수 있는 최고 장소는 역시 카지노밖에 없다. 생각이 뇌 끝에 달하자마자 벌써 카지노에 도착한다.
 
 맡겨놓은 자루를 찾으러 가듯 당당한 걸음걸이로 카지노에 들어선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데크에서 100불을 꺼내 칩으로 교환하고 5불짜리 칩 하나를 청바지 주머니 깊숙이 숨겨둔다. 이런 행동은 도박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기 위한 나만의 룰이다. '잃던 따든 95불은 게임을 즐기고 손아귀에서 모든 칩이 사라졌을 때는 미련없이 5불 칩으로 맥주 한잔을 마시고 자리를 일어서자!'라는 나와의 약속이다.

 블랙잭을 한 덕에 칩들은 금세 내 손아귀에서 사라져 버리고 5백 원짜리 동전크기의 5불짜리 칩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최소 배팅이 15불인 데크였으니 여섯 판을 내리 잃은 것이다. 그것도 15분이 안 되는 시간 안에. 포키에서 남은 5불을 탕진하고서야 바(Bar)로 가서 맥주를 주문한다. 오락실의 묘미는 하는 것도 재미지만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거품이 잔뜩 오른 맥주잔을 들고 바카라, 룰렛, 포커 순으로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술잔도 바닥을 보이고 슬슬 피곤이 몰려오기도 한다.
   
 카지노를 나와 플린더스 산책로를 걷는다. 인적도 드문 이 거리는 방금 청소차가 지나간 것처럼 깨끗하다. 내 주머니도 깨끗해졌고, 거리도 깨끗하니 한결 내 마음이 청결해진 것 같다. 돈을 잘 버는 법을 고민하기보다 잘 쓰는 법을 아는게 중요한 것이다. 더 이상 야간 음주는 삼가해야 할 듯 싶다. 내일은 꼭 아침 일찍 일어나 미술관에 들러 미처 돌아보지 못한 이집트관을 관람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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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 by Ke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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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 by Yulia


2009/12/13 00:02 2009/12/13 00:02
A stroll in Melbourne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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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은 맬번과 잘 어울리는 단어이다. 걸음걸이마다 아름답고 세련된 풍경들이 펼쳐져 있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훔치고 싶은 개성을 가지고 있다. 새로 지어진 멋진 건물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현대와 과거가 절묘하게 뒤섞여 잉태되는 신비로움이다. 또한, 뉴욕커와 같이 빼어난 패션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 삶의 여유를 입은 그들이다. 그곳에서, 그들에게서 보여지는 낭만은 결코 화려하거나 빼어난 것이 아닌 '풍요로운 삶의 여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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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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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c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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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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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때가 되면 빌딩 사이에 골목길마다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그 골목길에는 많은 카페들이 손님들을 맞기에 바빠지고 커피 향과 다양한 음식 냄새가 그 공간을 채워간다. 뭐, 점심밥 먹는 게 새로울 게 있느냐마는 소리가 참 재미있다. 첩보원들의 비밀스런 대화 같이 소근소근 대는 소리,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깔깔대며 웃는 소리, 샐러드를 찍는 포크와 접시가 마찰하는 경쾌한 소리, 와인잔에 콸콸 흐르는 와인 소리...그들의 일상을 엿보는 관음증이 심한 내가 느끼는 이 희열은 무엇일까? 그리운 누군가와 함께였다면 더욱더 완벽한 감정이었을 터, 이 감정을 함께할 수 없는, 이 여유로운 일상에 스며들 수 없는 혼자라서 너무나 아쉽군.
 
 만약 누군가가 맬번의 좋은 카페를 방문하고 싶다면, 아래 블로그에서 좋은 정보를 얻기를 바란다.
+Melbourne Cafe Re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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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say that's a Melbourne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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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료 관광 전철 안에서 노부부를 마주하고 앉는다. 그들은 수많은 일상을 동행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함께하고 있다. 그들이 가지는 하루의 시간이 너무나 찬란하게 빛난다. 눈이 부실 정도록 말이다. 더구나 절대 고독을 겪고 있는 이때는 그들의 광채에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다. 혼자라는 것이 편하고 자유롭기도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공유할 수 없는 자유는 공허하기만 하다. 이럴 때는 안보는 게 상책이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내릴려고 하는데 이 전철 안에는 하차 벨이 보이지 않는다. 난감한 눈빛을 전철 안을 마구 쏘아대니 노부부가 눈치 빠르게 설명해준다.

"저기 끈을 당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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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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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photograph by kenny


2009/12/12 12:34 2009/12/12 12:34
Old Gaol part 2 (City Watch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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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번 구감옥의 관광이 끝나면, 바로 옆 건물인 City Watch House로 이동한다. 여기서는 '갇히는 것'에 관해 직접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경험한다.

"당신은 이제부터 '구류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굴절이 심한 두툼한 안경알이 무거운 듯 눈 밑까지 내려온 제복을 입은 남자가 말한다. 웃음이라곤 평생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무표정한 낯빛으로 우리를 향해 설명을 더 붙인다. 짧은 설명을 끝으로 관광객들을 줄을 세우더니 소지품을 발밑에 내려 놓아두라는 명령을 내린다.

'어허, 이거 진짜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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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은 어색한 웃음을 띠며 제 각자의 가방을 내려놓기 시작한다. 눈치 없는 나는 슬쩍 카메라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는데, 제복을 입은 사람이 화난 듯이 손가락을 나를 가리키며 소리친다.

"찍지마세요! 독방에 들어가고 싶어요?"
민망하다. 다른 관광객들의 웃음소리를 멈추고 싶어서 농담으로 받아쳐 본다.

"예, 그러죠. 저녁은 제공되나요?"
웃음이 없는 제복을 입은 사람은 어떠한 반응 없이 다시 제 역할을 이어간다. 관광객들을 어깨동무를 시키고 소지품을 검사하는 시늉을 한다. 대다수의 관광객들은 재미있는 듯 하얀 이를 내보이며 웃기도 하고, 서로 말하기도 한다. 제복을 입은 사람은 가방은 남겨둔 채 우리를 어느 큰 방으로 안내한다. 그곳은 직사각형의 방으로 가운데 긴 의자들이 놓여 있고, 안이 훤히 보이는 샤워장과 뭔가를 적을 수 있는 좁고 기다란 선반이 벽에 붙어 있다. 구비된 시설에 맞게 여기는 각 방에 들어가기 전에 등록과 샤워를 하는 곳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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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을 입은 남자가 팔을 뻗어 줄의 반을 나누더니 다른 방으로 이동시킨다. 니스칠이 두껍게 칠해진 노란색 방안에는 낮은 의자와 변기 하나가 덜렁 놓여져 있다. 제복을 입은 사람은 나가버리더니 문을 잠가 버린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해가며 서로 눈치만 보며 말 한마디 없이 갇힌 공기처럼 멈춰서 있다. "뭐야, 심심하게.'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고자 변기에 앉아 해우소의 분위기를 내는 포즈를 하자, 멈춰진 공기를 깨는 웃음과 카메라 플래쉬가 번쩍인다. 몇 분이 지나고 정적을 깨는 철문이 열리고 관광객들은 이미 다 마셔버린 공기가 탁한지 빠른 발걸음으로 밖으로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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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의 프로그램 순서가 끝이 다했는지 이 갇혀진 공간에서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벽에 깊지 않게 새겨진 낙서들과 낡고 때가 잔뜩 묻은 플라스틱 거울을 보니 갇혀진 사람들의 갑갑한 심정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남에 의해 갇힌다는 것, 소통할 대상이 사물이 되어진다는 것, 벽과 마주하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은 미쳐버릴 시간의 연속이 아닐까.
 
그저께인가 학동역 8번 출구 앞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읽게 된 책 중에 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느 감옥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 감옥은 가족과 함께 감옥 내에서 체육대회를 했단다. 그 체육대회에는 마지막에 수감자들이 어머니를 업고 뛰는 경주가 있단다. 근데 그 경주에는 어느 누구도 일등을 원하지 않고, 누가 더 느리게 걷는지 내기를 하듯 천천히 걷기만 한다는 것이다. 자기 어머니를 조금이라도 더 업어보고 싶은 그들의 마음은 그들이 서로 꼴찌가 되기를 원하는 경주를 하는 것이란다.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이 순간, 그를 사랑하는 것이 삶의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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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ity Watch House celebrates its Centenary

2009/12/03 23:46 2009/12/03 23:46
Australian Centre for the Moving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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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주의적 성향의 짙은 ACMI(Australian Centre for the Moving Image)빌딩은 현대적 영상물이 가득 담긴 전시관이다. 다소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실험정신으로 무장된 영상물들은 어두운 실내에서 빛을 내고 있다. 온종일 잠을 자는 남녀를 찍은 영상이 가장 지루하고 따분했는데, 10여 분간 계속 지켜보면서 뭔가 다른 게 있을 거란 기대를 보란 듯이 저버리는 작품이었다.

'존 스튜어트 밀이 와서 봐도 이건 이해 못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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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생김이 재미있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의도를 했건 하지 않았건-곳곳에 형상이 그려지는 이미지들이 숨겨져 있다. 다이아몬드, 바람개비, 물레방아 등 숨은 그림에 시선으로 동그라미를 쳐가며 찾아본다. 건물도 어렵고 그 건물 안에 들어선 영상들도 어렵고...마치 수학 시험지를 마주한 듯 이해할 수 없는 언어와 그림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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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마다 장터가 열리는데, 품목은 책뿐이다. 다양한 장르의 책들 가운데 나에게 적합한 유아스러운 삽화가 잔뜩 그려진 어린이용 책을 하나 집어든다. 눈치도 없는 판매원이 물어본다.

"선물할 건가봐요."
...

'내가 볼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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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photograph by kenny




If you need more information about 'ACMI', click below.
http://www.acmi.net.au/

2009/11/06 00:14 2009/11/06 00:14
Reststop on road 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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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두번, 세번, 네번, 다섯번...
자꾸자꾸 쉬어가며 채워져가는 자유의 행복 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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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가을, 대기가 푸르스름한 기운에 젖어 있던 저녁, 여행의 길 모퉁이에서 난 널 만나.

"안녕,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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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photograph by ke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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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3 12:31 2009/10/13 12:31
Richardsons B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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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이 싹둑 잘라버린 나무와 같은 산, 청량한 바다, 그리고 한적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곳이다. 푸른 수면위로 물 안개가 자욱한 이른 새벽에 진한 커피 한잔이 생각나게 한다. 그럴 것도 그런 게 며칠째 커피 한잔을 마시지 못한 금단증상이 불러오는 이 묘한 분위기는 트여진 풍경과 앙상블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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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런 분위기에서는 낚시가 제격이야.'
처량한 남정네 둘이서 낚시를 즐기는 것을 보자마자 이런 감탄사가 나온다. 은근슬쩍 다가가 그들의 솜씨를 훔쳐보고는 곧 실망한다.

'에게게, 고작 요고 밖에 못 잡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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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꼴의 모양새를 하는 해변 위로 햇살이 은빛 가루를 뿌린다. 마치 '자유'로 통하는 문과 같이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져. 당장이라도 물에 뛰어들고 싶지만, 분명 저기 안은 차가울 테야.

'이상과 현실의 교점에서 언제나 난 현실을 택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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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4 13:55 2009/10/04 13:55
Port Arthur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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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 옆자리에 앉은 미국 중년의 여인네와 홍콩 여학생의 자잘한 대화가 문득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같이 버스 타고 왔던 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너무 넓어서였을까 관람객들끼리 마주칠 일이 드물 정도록 한산하다. 찰리의 쵸콜릿공장에 초대를 받은 이처럼 포트 아서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달콤한 자유의 맛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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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찾으면 비밀의 정원이 나타날 거야."

"그 비밀의 정원에는 두 마리의 양이 살고 있어. 하나는 절대 울지 않는 양과 나머지 하나는 잠을 자지 않는 양이야. 그 둘은 한 번도 그 정원 안에서 만난 적이 없대. 그곳은 언제나 고요한 이성이 살아 있는 곳이거든. 그런데 오늘은 그들이 만난나봐. 이 늦은 밤에 괜스레 눈가가 적셔지는 것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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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정원 위 느긋한 귀족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며 이 초록의 풍경 속으로 빠져든다. 비록 값비싼 의상과 향긋한 커피가 올려져 있는 티테이블은 없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입고 생생히 살아있는 자유의 공기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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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마쳐 죽음의 섬(Isle of the Dead)으로 가는 크루즈가 정박해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행방이 궁금했던 동행인들이 모두 모여 있다. 슬쩍 다가가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귀동냥으로 엳들으니 이 배는 묘지를 보러가는 투어란다.

'뭐냐, 대낮에 담력테스트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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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9 00:08 2009/09/19 00:08
Port Arthur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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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아름다움이 또 있을까?
전쟁이 지나간 것처럼 앙상한 폐허에 살아난 자연의 초록과 우주에 닿을 고도의 하늘이 펼쳐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에서의 첫 느낌은...

"아픔을 안고 있는 복수-'네 멋대로 해라'의 주인공-의 애절하고 따뜻한 사랑이 전해오는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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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들에 의해 지어진 황금색 사암 건물은 그들의 잔혹한 생활만큼이나 안타까운 비참함이 묻어나 있다. 벽돌을 둘러싸고 있는 이끼는 음침하기까지 하다.
죄수들은 지금의 낡아 빠진 건물을 만들었고 그들이 만든 건물들은 불온한 기운을 만든다.

'침묵, 감금 그리고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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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멍하니 쳐다보면 안에서 손을 뻗어 나를 잡아끌어 당길 것만 같아.
그래도 궁금해.
잔뜩 겁이나 탁자 밑에 숨은 아이를 훔쳐 보듯 물끄러미 쳐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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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4월 28일 정신질환을 겪고 있던 "마틴 브라이언트"가 포트 아서(Port Arthur)에서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해 무려 35명의 무고한 관광객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던 또 하나의 아픔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기념비와 인공 연못은 무슨 악령의 혼이 점령한 으쓱한 기운이 느껴진다.

'굿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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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겨진 교회의 벽면은 이제 자연을 담는 액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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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8 02:35 2009/09/18 02:35
Port Arthur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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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즈매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인 포트 아서는 여행계획 중 리스트 최상단에 올려놓은 장소이다. 역사가 살아있는 포트 아서는 태즈만 반도에 있는 죄수 수용소였던 사적지로 꽤 고즈넉한 풍경을 가진 곳으로 늙어 앙상한 건물과 잘 가꿔진 자연이 고전 풍의 영화 세트장을 연상케한다.

타즈매니아로 가는 버스 안에서 유럽풍 일러스트식 죄수가 그려진 트럼프카드를 한 장씩 나눠주는데 각 트럼프마다 이름과 직업이 있으며 그것을 찾아 헤매는 것도 참 유쾌하다.

"음, 찾아볼까나. 난 7 클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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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아서로 들어서는 길에는 전시장들을 통하게 되는데 아기자기한 동화 속에 빠져든 것처럼 트럼프의 숫자와 그림을 가진 사람들의 직업과 그들의 삶의 이야기가 있다.
 

+내가 가진 카드의 인물 이야기- Van Diemen's Land : Seven Clover

이름 : 스테판 아쉬톤 (Stephen Ashton)
직업 : 벽돌제조자
나이 : 22
출생지 : 영국, 헐
죄명 : 1828년 3월 밤 좀도둑
선고 : 종신형

죄수 막사에서 도망친 후 법의 망을 피해 살다가 경찰관 허스트에 잡혀 포트아서로 들어게 되었단다.

한참을 찾다가 구석에서 발견한 스테판 아쉬톤은 절대 22살이라고 믿을 수 없는 벗겨진 머리, 짤따란 키, 둔해 보이는 몸매로 벽돌 작업장에서 모자를 들고 도망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

'왜 잡혔는지 단번에 알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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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소풍 때마다 하던 '보물찾기'처럼,
소개팅에서 이름만 들고 상대방을 찾는 이처럼,
어리둥절하면서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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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photograph by ke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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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6 13:20 2009/09/16 1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