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그는 친절했지만 무척 느렸으며, 아주 긴 설명을 했다. 거의 아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들어야 했던것은 나의 인내심보다 그와의 대화가 나의 영어에 도움이 될거라는 막연한 생각때문이었다.
그 투어는 공짜술이 포함된 것이라 마지막 시간의 투어를 예약하고 전철을 탔다. 다음 정거장을 확인하는 순간, 난 반대로 가고 있음을 깨닫았다. 로마파크역인가 뭔가 지금은 가물가물한 그 역에서 다시 갈아타기란 여간 쉽지는 않았다.
우여곡절속에 도착한 XXXX공장. 불과 한 거장이란게 믿기지 않게 기나긴 여정의 여독을 풀고픈 나의 기대와 달리 입구를 찾지 못해 이리 저리 헤매고 있었다.
시계 분침은 이미 예약시간을 10분을 훌쩍 넘긴 후였다.
마치 담장을 넘기 위해 눈치살피는 밤 도둑 마냥 살피다가 공장내부의 직원을 발견하고는 또박또박 분명한 발음으로 물었다.
"실례지만, 입구가 어디죠?"
그의 대답에 따라 이르는 길...
너무 어렵게 찾았다.
늘 혼자하는것이란 언제나 어설프기 마련이다.

"나 늦었어요. 투어할려구 예약을..."
내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층로 가랜다. 두개단씩 성큼 성큼 올라 선 이층에는 즐비한 XXXX에 관련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두 여인네가 나를 반겼다. 헐떡이는 숨을 참으며 똑같은 말을 했다.
"나 늦었어요. 투어할려구 예약을 했어요."
한 여인네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곤 그녀는 나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따라 들어선 방은 어둑한 소극장 같았고, 의자는 진행과정에 따라 돌기도 하며, 창시자들의 모습을 한 인형들이 재현하기도 했다.
물론, 모든것들이 이해가 되지않는다.
자막없는 영화를 보는듯한 이 기분...쳇!


투어객들은 8명남짓 모두 남정네였다. 바지를 엉덩이에 반쯤 걸쳐 내려입은 호주젊은이들과 독일풍의 배낭객들 속 유일한 동양인. 그나마 여자가이드라 다행이라 생각했던것은 그녀가 나에게 친절했다는것뿐만 아니라 많은 질문을 해줬기 때문이리라.
아무튼 공장내부를 둘러본 다음, 투어는 곧 끝났다. 쉴새없이 떠들어 대던 가이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난 갈길을 헤매었다.
'드뎌, 술을 마시는구나.'
들뜬 기대에 성큼 바에 몸을 반쯤 기댄체 바텐더에게 말했다.
"저 모르는 술이 많네요. 추천 좀..."
"어떤 종류의 맥주를 좋아하나요? 이건 좀 강하고..."
그는 귀찮다는듯 툭툭 말을 이어가지만 금방이라도 돌아서서 가버릴것만 같아서 그냥 손을 뻗어 한잔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혼자 자리잡고 마시기 시작하면서 그 외로운 투어의 끝은 다달아 간다.


마감시간이 다가왔다. 모두 정리하기 시작하고, 난 아쉬운 마음에 이것 저것을 카메라에 담을려고 셔터를 눌러댔다. 물론, 대부분 흔들려서 지워야 했지만.
건물을 나와서 밖에 풍경을 이리저리 살피는 나를 일을 마치고 지나가던 직원들이 관심을 가졌다.
"내가 사진을 찍어줄게요, 여기 서봐요."
그가 먼저 다가와 제안했다.
그가 찍어준 사진은 맘에 들진 않았지만 어서 확인하라는 그의 손동작에 난 인사치레 너무 맘에 든다며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전철을 탈려고 길을 건너던 순간, 그들은 저 멀리서 내게로 다시 달려왔다.
"저기 건물위의 XXXX마크가 핵심이에요. 그것을 배경으로 찍어봐요."
난 그들의 과대친절에 의심을 품기시작했다.
'혹시 내 카메라를...?'
나의 카메라를 뺏듯 가져가서는 마치 전문 사진기사인양 포즈를 잡더니 찍어댄다.
옆에있던 한사람이 말했다.
"저기 xxxx불이 점차적으로 들어오니 다 켜졌을때 찍어."
그들은 외친다.
"자 켜지기 시작해요. 하나,둘,셋,넷!"
카메라를 다시 받아든 나.
'에잇. 흔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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